졸업&재학생 인터뷰2021-03-04
[광주] CG학과 박누리 수강생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누리라고 합니다.
저는 작년 봄부터 올초까지 약 8개월 정도를 다녔고, 영상편집과 그래픽 관련 과목들을 수강했습니다. 거창한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서 어떻게 운을 띄워야 할 지 모르겠지만 제 인터뷰가 학원을 다니고 계시는, 혹은 다니려고 고민하고 계시는 분 중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한 또래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휴학도 한 번 하지 않고 4학년 12월에 바로 회사에 입사하게 되어 지금의 직장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른 사회 생활은 물론 순탄하지 않았고, 4번의 이직 사이 사이 힘든 취준의 시기가 매번 있었습니다. 문화콘텐츠를 전공한 저는 첫 직장만 유일하게 전공을 살렸고 나머지는 모두 전공과 관련 없는 사무직 일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사회 생활을 했던 직장이 공기업이어서 퇴사 후 일반 중소기업에 들어갔을 때 적응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바로 이전 직장에서 '경리'라는 직종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지쳐서 그 때부터라도 시작해서 배워나갈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이 무엇이 있을 지 굉장히 많이 고민한 시기였습니다. 코딩 같은 컴퓨터 공학 쪽 공부는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았고, 특출나게 타고 난 재능이라곤 없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일들은 고려해보지 않았습니다. 이 때 쯤 유튜브의 호황이 정점을 찍었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본격적인 영상과 그래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장점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쉬웠고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에프터이펙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강의를 해주시는 강사님과 코드가 잘 맞아서 수업을 매일 듣고 싶다고 생각 할 정도였어요. 수업 이외에도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들로 생각해 볼 만한 자극들을 자주 주셨던 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물론 수업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입체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서툴러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평범한 것에서 더이상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시기와 맞물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영상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 눈 앞에서 움직인다는 건 생각보다 더 신기하고 뿌듯했습니다. 시각적인 신선함이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몸소 경험할 수 있었어요.
사실 저는 학원을 다니며 이미 취업을 한 상태입니다. 포트폴리오 반을 앞두고 있던 상태에서 멘토 선생님께 소개 받은 자리에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면접에서 최종적으로 합격하게 되어 지금도 잘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학원에 다닐 때 염두에 두었던 곳은 아닌데 입사하고 나니 적성에 잘 맞아서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광주 KBS의 CG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실제로 송출이 되는 뉴스의 자막과 CG 작업 등을 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들과 다른 시간에 근무하는 것이나 데드라인이 확실한 일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는데 지금은 작업물이 잘 나오면 뿌듯한 마음도 크고요. 프로그램이 끝날 때 스텝스크롤이 올라갈 때 제 이름이 적힌 걸 보면서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고는 합니다. 사람들과 바쁘게 사는 하루가 좋아요.
큰 이변이 없다면 저는 계속 방송 쪽에서 CG일을 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적성에도 잘 맞고, 반복적인 업무를 싫어하는 제게 잘 어울리는 일이기도 해요. 시청자에게 직관적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어렵지만 종종 어떠한 사명감까지도 갖게 도와줍니다. 아무래도 시각과 관련된 업종은 트렌드의 변화도 빠르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사회의 흐름에 발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계속 이 직종에 종사를 하려면 바쁘게 달려야 할 것이라 생각해요. 타사 방송도 열심히 모니터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 지 매일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뉴스이기 때문에 소식을 발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조금 더 회사 생활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남는 시간에 디자인 공부를 더 심도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 때는 다시 주말반에 다니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
28살 처음으로 수업을 들으며 영상에 대해 심도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서 대학원도 고려하고 있어요.
자신 있다고 말 할 정도로 잘 하는 과목은 없는 것 같은데... 제가 저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재미 있었던 과목은 일러스트와 에프터이펙트 두 과목이에요. 생각보다 색감을 다루는 것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의 상상력만 있다면 정해진 틀 없이 얼마든지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C4D 수업을 주말반으로 수강했었는데, 주말 이틀만 꼴랑 수업 하고 아무것도 복습하지 않으면 평일에 하는 애들 만큼 따라갈 수 있겠냐, 빠지지 마라... 라고 말씀하셨던 박정옥 강사님이 생각이 나요.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이게 왜 기억에 남느냐고 물으시면, 학원은 학교와 달라 의무교육도 아니고 내가 설렁설렁 다닌다고 아무도 혼내지 않잖아요. 사실 안 나오고 수강료 내주면 저 같으면 땡큐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근데 그 말이 되게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 해주시는 걸로 들려서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게 됐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에펙의 해선쌤... 모든 수업이 제게는 주옥 같았습니다만, FPS가 종종 생각 나서 아직도 웃어요. (이건 쌤 수업 들으시는 분들만 알 것 같기도 하고...)
저는 20대 후반에 진로를 바꾸기 위해 정말 큰 결심을 했습니다. 아차 하면 앞자리가 바뀔 수도 있는 시기에서 생판 모르는 일에 내가 가진 패를 다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회사를 다니며 모았던 돈으로 비싼 컴퓨터를 맞추며 이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은 적도 있었습니다. 더더욱이나 학원비가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어떤 일에 뛰어드시려면 이 분야에서 확실하게 취업을 해보이겠다, 뭐라도 보여주겠다 하는 각오가 있으셔야 합니다. 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영상 전공을 살리겠다고 마음 먹고 시작했어요. 중간에 슬럼프가 찾아와 학원을 쉬기도 했었고, 재수강 한 과목들도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배운 것도 응용하려고 하면 잘 해내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볼 때, 남들은 저렇게 척척 잘 해내는데 난 공부를 헛했나 생각하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갉아먹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취업성공이 단순히 운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회는 준비 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고, 저는 그 상태에서 다가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학원 공부를 하면서도 원래 좋아했던 문화 생활에도 시간을 많이 쏟았습니다. 영상을 배우기 시작하며 그동안 감상하던 시각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게 됐는데, 책이든 영화든 인문학이든 또 그런 내면의 양식이 안팎으로 양분이 되어주었고요. 저는 일단 뛰어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준비가 되었을 때, 마음의 각오가 충분할 때 그 때 시작하세요. 그리고 시작한 후에는 다시 뒷걸음질 치지 마세요. 내가 칼을 뽑았을 때 써는 게 고작 두부라고 아무도 비웃지 않으니까 시작한 이후엔 어떤 것에도 개의치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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